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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안되면 버티기

마샤 리네한 박사는, 틴에이져 때 정신분열 증세로 26개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다. 이후에도 20여년을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그녀는 어느 날 신비한 체험을 한다. 작은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하던 중, 갑자기 교회 안이 금빛으로 변하면서,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옴을 느낀 것이다. 방으로 도망쳐 온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한다. I LOVE MYSELF! 그 순간부터 그녀의 삶이 바뀌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문제가 조현병이 아닌 경계선(Borderline) 성격장애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현재의 우울한 감정을 수용하면서, 내면의 감정 폭풍을 처리해나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즉 고통스러운 현실과 싸우는 대신,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그리고는 심리학을 공부하여, 자살 충동으로 시달리는 보더라인 성격장애 치료를 위해 변증법적 행동치료(DBT)를 만들었다.     그녀는 어떤 힘든 문제든, 네 가지 해결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말 그대로 해결할 수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Solve the problem)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훨씬 많다. 그럴 때 둘째 방법이 그 문제에 대한 인식과 감정을 바꾸는 것(Try to feel better about it)이다. 현실은 못 바꿔도, 그 현실에 대한 내 생각을 낙관적이고 수용적으로 바꾸면, 힘든 생각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런데 해결도 못 하고 좋게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라면? 셋째 방법은, 그 현실의 전적 수용(Radically accept it)이다. 즉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세 방법이 다 안될 때도 있다. 그때 마지막 방법이 바로 그냥 힘들게 지내기(Stay miserable)이다. 해결책이라기엔 좀 어이가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힘든 상황과 싸우며 힘들어하는 대신, 한 번에 하루씩 잘 버티다 보면, 상황과 감정이 개선되는 수가 많으니, 이것도 사실 중요한 해결방법이다.   올 초부터 미국 사회는 많이 힘들어졌다. 트럼프의 2차 임기는 이민 통제, 관세 강화, 국제기구 탈퇴, 공공 지원 예산 축소 등의 변화로 국내외적인 충격과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ICE(이민세관단속국)의 서류미비자 구금과 추방 활동은, 심지어 영주권이 있는 이민자들에게까지 심리적, 정서적 충격을 안겨주면서, 인권과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또한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한국어로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을 추구하는 정책의 철폐는, 다양성에 근거해 세워진 미국이란 나라의 기본철학을 흔들어놓았다. 이렇게 현 정부는 미국 사회의 여러 제도와 가치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지지자들은 그가 기존 질서를 회복하며 미국을 바로잡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많은 이들은 그 충격의 여파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네 가지 방법 중, 지금으로써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문제 해결도, 좋게 생각하기도, 전적으로 수용하기도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방법은 ‘버티는’ 것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여러 이유로 힘들어진 사람들, 그래서 간신히 ‘버티고(Staying miserable)’ 있는 이웃들이 주변에 참 많이 있다. 그들을 찾아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힘을 내어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보자고 격려해주는 것이 참 필요할 것 같은 요즘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 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문제 해결도 전적 수용 감정 폭풍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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